
선의 진화 The evolution of lines
연소영 Soyoung Yeon
2025. 2. 25 - 3. 8
내 작업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을까?’라는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이다. 단순히 물리적이거나 눈에 보이는 형태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와 형태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질문은 나를 작업의 가장 깊은 층위로 이끌며, 그곳에서 ‘시작의 점’을 마주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작업 속에서 내가 형태를 해체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은 불완전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유와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이 과정은 마치 상상의 역학을 이루는 하나의 장치와도 같다. 형태의 해체는 우연처럼 보이는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발견하게 하고, 규칙과 혼돈이 교차하며 새로운 경계를 형성한다.
나에게 "시작의 점"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빛과 같은 존재처럼 움직이며 유동적이다. 빛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며, 시간이라는 경계를 초월하여 언제나 ‘있음’으로 귀결된다. 이 빛 같은 존재를 따라가는 과정은 결국 살아 숨 쉬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 자체가 작업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멈추지 않는 생명의 역동성을 표현하려는 내 시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모호한 경계를 가진 형태를 만들어내는 모순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내 작업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무언가,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무언가를 재현하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시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있음'이라는 상태를 작업 안에서 발견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나는 선의 움직임과 교차, 그리고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상상의 역학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선들의 교차와 얽힘, 대립과 흐름은 단순함과 복잡함,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세계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 선들이 만들어내는 역학은 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상호작용 한다.
선들의 얽힘 속에서 관객은 ‘가능성과 무한함’을 느끼기도 하고, 동시에 ‘혼란과 알 수 없음’이라는 감각에 머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적인 감각들은 충돌하기 보다는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내면에서 새로운 통찰과 상상력의 '진화'를 이끌어낸다.
결국, 이렇게 나는 선들의 불완전함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상상의 역학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역학적 관계 속에서,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객이 스스로의 해석과 감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의 작업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진화하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 작가 노트






연소영 Soyoung Yeon
1988 출생
2007-2009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자퇴
2010-2014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순수미술(fine art) 학사 졸업
개인전
2024 반짝이는 호흡조각들, 서우 갤러리, 서울 안암동
2024 호흡 술[術], 도스 갤러리, 서울 삼청동
2024 수동[受動]적 자유, H.아트브릿지, 서울 방배동
그룹전
2025 꿈과 마주치다 展, 갤러리 일호, 서울 삼청동
2015 Haihatus 입주작가 그룹전, Art center Haiatus, 핀란드
해외레지던시
2015 Art center Haiatus, 요트사, 핀란드
@iciclel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