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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 Me My Love
박미연 초대전
2021. 5. 1 - 5. 29

작가 박미연은 사과를 그린다. 그냥 사과가 아니라 깍은 사과들, 깍아서 먹지 못하여 말려져 있는 사과들을 그린다. 각각의 사과들은 서로 다른 소리와 색깔을 내면서 캐릭터를 지니게 된다. 우리에게 여러가지 감각으로 다가와서 우리들의 추억들을 소환하기도 하고 매력적인 색채들은 꿈을 꾸게 만든다. 박미연의 사과들은 향기가 깊어서 메아리가 되어 다시 우리의 심장을 울리고 망막을 자극하는 한편의 감동적이고 동화같은 특별한 전시를 선사한다.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기본이 되는 동기로 인해 사과는 나에게서 시작된다…

누군가 작품에서 점, 선, 면을 픽셀 (회화의 형식요소?)이라고 얘기할 때 나는 향기로 답한다. 

근작의 주제는 내 사랑이라고 답해 달라고 주문하고 내가 사랑하는 향기라고, 너(사과) 에겐 좋은 냄새가 나라고 답해 달라는 주문이다. 여기에 작가는 색을 매개로 좋은 향기가 나는(감각적 쾌감을 불러 일으키는)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답한다.

자신에게서 시작된 사과? 자신(만)의 사과? 무엇 보다도 색채다. 색채? 향기? 색채로 표현된 향기?  

잘 익은 사과가 젊음이라면 완전했던 사과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죽어가는, 그래서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완전이 말라버려 정지된 채로 노화되는데, 미라화된 주름으로 귀결된 사과가 지닌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업은 즐겁게 또한 단시간에 완성되었다. 두터운 임파스토는 아름다움으로 범벅된 향기를 상징한다. 배경의 꽃은 농담과 힘의 변화를 통해 선으로 빠르게 처리된 반면, 이와 반대로 말라버린 사과는 정지된 듯 고정적이어서 대조된다. 제소를 칠하지 않은 캔버스 위에 지금 막 끝낸 것처럼 꽃의 느낌을 나이브하게 처리하여 생명력을 부여하고, 미라로 화석화된 사과는 임파스토로 단숨에 그렸다. 꽃과 사과 모두 다른 방법으로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작가노트-전시가이드 5월호 이주연 컬럼 중에서)

 

세잔이 사과의 구조를 그렸다면, 작가는 사과의 향기(그러므로 색채)를 그렸다. 여기서 색채와 향기의 공감각을 인정한다고 해도, 실제로 사과에서 향기를, 그것도 매번 다른 사과에서 다른 향기를 맡고, 더욱이 그 향기를 다른 색채로 표현(그러므로 환원)하기 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작가의 남다른 감각의 소산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색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회화라고 보는 것이 모더니즘 패러다임이다. 여기에 작가는 색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각적 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그렇게 작가는 모더니즘 패러다임을 감각적인 회화로 확장시킨다. 금욕주의와 구조주의(세잔)로부터 시작해 감각주의와 쾌락주의(마티스)로 되돌아온다. 어쩌면 작가의 작가적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두 인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평론 고충환)

 

박미연(Me Youn Park)은 31회의 초대 개인전을 서울, 후쿠오카, 교토, 부산, 모스크바, 도쿄, 오사카, 바르샤바, 뉴욕 등 세계의 다양한 도시에서 개최하였다. 한국과 뉴욕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활발한 작품 활동과 함께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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